[현장 카메라]3만 일자리 걸린 반도체 공장, 물길에 막혀

2022-08-08 657



[앵커]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되며, 경기도 용인시에 생길 차세대 반도체 생산단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자원인 물 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지자체 간 갈등이 문제인데요.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가 나와있는 곳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 부지입니다.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오는 2025년 첫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데요.

최근 이곳에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무슨 사정인지, 현장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규모부터 압도적입니다.

면적이 415만㎡로 여의도의 1.5배에 이르는데, SK하이닉스 공장과 관련 기업 50여 곳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SK 하이닉스의 투자액만 120조 원.

단지 전체에 3만 1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임신현 / 용인시민]
"지역에 발전이 있겠지. 실업자도 많이 줄 것이고. 벌써 몇 년, 오래 됐잖아. 진행이 좀 빨리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부지 정비 단계인데, 공업용수 공급에 돌연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지난달부터 여주시가 물 공급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겁니다.

원래는 여주에 있는 남한강에서 이천을 거쳐 용인까지 37km에 이르는 관로를 통해 매일 최대 57만 톤을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물은 반도체 제조와 세척에 필요한 핵심 자원으로, 무기질과 미생물 등을 고도로 정제한 뒤 초순수 상태로 사용됩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쓸 공업용수는 이곳 남한강 여주보에서 끌어가는데요.

여주시는 물을 받으려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용수 공급시설에 대한 건설 인허가는 당초 지난달 말로 예상됐지만, 여주시는 보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새 여주시장은 상생 방안 마련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이충우 / 여주시장]
"상생할 제안이 온 게 아무것도 없어요. (여주는) 개발이 안 되고 규제를 쭉 받아왔었는데…. 개발을 할 수 있게 해달라."

여주시는 남한강이 지난다는 이유로 여러 환경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돼 왔습니다.

[황은자 / 여주시민]
"관로가 지나가는 동네는 다 이주해야 하는 입장인데…. 무조건 말리는 건 아니지만 그만한 대가를 주고 물을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

상생 방안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앞서 지난 6월 부지를 조성하는 용인일반산업단지 측은 여주시에 상생 협의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공업용수 관로가 지나는 4개 마을의 취약계층과 여주대학교의 반도체 커리큘럼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요구가 잇따르는 겁니다.

[김진규 / 용인일반산업단지 관리이사]
"물이 들어와야 공장을 가동할 것 아닙니까. 7월 말에 승인고시가 났으면 문제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데, 이게 장기적으로 되면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기겠죠."

여주시는 이번주 중 구체적인 요구안을 정부에 낼 계획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홍주형
영상취재 : 박희현


전민영 기자 pencak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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